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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늘 예정된 권태를 염려하게 하지만, 오지않은 미래를 생각하기엔 사랑하는 이들은 너무나 서로를 많이 생각하며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곤 한다. 이것은 수많은 연인들이 저지르는 보편적인 연애의 오류이며 이러한 현상을 거친 이들이 거시적인 관점으로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다. 모든 순간에 충실 할 것. 사랑의 드라마는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서사 구조 위에 감정 하나만으로 두 배우가 펼치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으니, 후회없이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의 드라마를 준비해야한다. 이 조언은 수많은 로맨스 영화가 외치는 지금 이 순간을 통해 표본화 되어있다. 그러니 기억해두자. 시간은 늘 뒤돌아보지 않고 흘러가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의 인생이 교차점에서 만날 때, 준비된 자만이 사랑을 붙잡고 전환점을 돌게 된다는 것을.
   
   그렇다면 규정할 수 없는 연속성을 가진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이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A turning point by love

22. 06. 24. PM 08:50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인생 최대의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라고 생각해봐야 계획되지 않은 모든 것을 그르치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 해도 두번째 단추부터 밀려났다면 첫 단추는 잘 끼웠으니까, 라고 자위하기 힘든 일이다. 승강기에 갇힌 지 30분. 로드니 애셔는 엘리베이터의 유리창을 통해 귀퉁이만 보이는 폭죽을 보며 침묵했다. 모든 것이 순탄 했다면 이 찬란한 불꽃은 런던 아이 꼭대기에서 봤겠지. 로드니 애셔의 방황하는 눈이 폭죽의 끄트머리를 갉아먹으며 생각의 흐름을 과거로 날려보냈다. 

 

 

21. 12. 25. AM 00:00
   
   끔찍한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찬란한 메리 크리스마스. 종이 울리는 순간의 고백.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그 날 다비 디아즈와 공식적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연인에게 모든걸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22. 01. 09. AM 00:30
   
   겨울의 끝물 즈음 그는 인정했다. 젊고 부유하며 인망 있는 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보다 몇 뼘 더 넓은 수준이었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런던의 교통 체증은 해결할 수 없으며 살 수 없는 꽃이 있고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순 없었다. 기찻길을 따라가만 하면 될 데이트 플랜을 세웠다고 해도 열차를 지연시키고, 멈추게 하며, 탈선 시킬만한 일은 현실에 충분히 차고 넘쳤다. 꽉 막힌 타임 스퀘어의 도로 위에서 놓쳐버린 영화표를 얌전히 다비에게 상납하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만, 오늘 하루의 레일 로드를 읊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당신답네요. 라고 말하는 연인의 손을 잡는 건 그 날 처음으로 부린 어리광이었다. 완벽하지 못했던 오늘을 실토하고 현재에서 최선을 함께 찾아달라는 SOS. 제법 불명확한 신호였지만 다비 디아즈는 연애에 능숙하고 눈치에 빠른 사람이라 로드니 애셔의 구조 요청을 선택적으로 무시할지 언정 알아채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 날은 연애에 능숙한 다비 디아즈가 기꺼이 어린 애인을 구제한 날이었다. 비록 그것이 이후 일정을 전부 폐기하고 익숙한 침대로 조금 빨리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고 해도. 그 날 밤, 착실하게 파자마에 가운까지 걸친 로드니는 침실 한 켠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곰인형을 다비에게 보여줬다. 처음 다비가 주었던 사탕은 곰의 배를 갈라 사탕을 솜처럼 채운 꼴이었지만 어느새 등 뒤에 제대로 지퍼가 달려있었고 사탕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주머니 속에 가득했다. 아쉬워서 꺼내 먹지 못했던 레몬 사탕을 처음 함께 꺼내 먹은 날, 로드니 애셔는 이것을 달콤한 실패의 맛이라고 각인했다.
   


22. 02. 16. PM 08:50
   
   로드니 애셔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고, 정신 없었다. 그 날 아침 그는 연인으로부터 약 두시간 후 런던에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그 때부터 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일정을 모두 바꾸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직접 연락을 돌리는 그를 보며 애셔가의 사용인들은 점잖고 어른스러운 도련님께서 히드로 공항 입국 게이트에 레드 카펫과 오케스트라를 고용하지는 않을지 아주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로드니 애셔는 아직 사랑이 속삭이는 100가지 낭만적인 이벤트에 이성이 팔리진 않았고, 헬기를 대기시키고 레스토랑을 네 군데 예약하는 것에서 그쳤다. 가장 잘 팔리는 공연의 티켓과 차 트렁크에 실어놓은 피크닉 세트, 템즈강을 가로지를 요트. 아마 로드니 애셔에게 두 시간 정도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타워 브리지가 보이는 호텔 세 군데를 예약했을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점은 그의 하루는 딱 한 마디면 다비 디아즈를 중심으로 돌지만 다비 디아즈는 로드니 애셔를 위해 하루를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항 입국 게이트에서의 입맞춤은 낭만적이었으나, 그의 연인은 공사다망 했고, 그는 늘 착하게 기다리라는 말에 한없이 약한 사람이었다. 로드니 애셔는 착하게 혼자 데이트를 했다. 어리광은 부려도 떼는 쓰지 않는 의젓한 선택이었고, 그는 자신의 고집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2월의 런던에서 가장 완벽한 데이트를 홀로 즐기고 돌아온 로드니는 곰인형의 등을 열었다. 입에 맞지 않는 레몬 맛은 실패의 허기를 달래는데 적절했다. 그는 곧 해맑게도 생각했다. 예비군은 하나까지 줄여도 상관 없을 것이다.
   


22. 03. 02. PM 11:20
   
   그는 슬슬 먼저 전화를 거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을 인지했다. 스피커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여전했지만 로드니가 읊는 이야기는 조금씩 일상에 가까워졌다. 보고싶다, 라는 말을 곱씹다가 다시 삼키건 뱉건, 서론처럼 깔던 이야기가 사라진 이유는 역시 이제 그래도 되는 사이이기 때문이겠지. 로드니 애셔는 사탕을 혀 아래에서 굴렸다. 그는 설탕에 밴 시트러스 맛에 어느덧 익숙해진 건 사랑의 허기에 익숙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바스락거리는 사탕 껍질 위에 로드니 애셔는 영국의 관광지를 손톱으로 적었다. 옥스포드, 코츠버리, 브리스톨. 쓸 자리가 부족해 사탕을 하나 더 까먹었다. 그는 어느새 상상 속에서 버밍엄 도서관 열람실에 있었고 맞은 편엔 다비가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얌전히, 착하게, 사탕을 깨물지 않고 녹여 먹었다.
   


22. 03. 28. PM 11:20
   
   역시 보고싶어요. 로드니는 자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너무 어리게 들리지 않길 바랬다. 
   


22. 03. 30. AM 01:10
   
   나란히 맞댄 발 끝을 맞대고 누운 채 내일의 일정에 대해 늘어놓던 로드니는 기어코 그런 말을 들었다. 데이트에 너무 신경 쓸 것 없지 않습니까? 행복하게 연인을 끌어안고 있던 그는 눈을 굴렸다. 별로인가요? 로드니 애셔는 또다시 생각이 많은 표정을 지었고 다비 디아즈는 그런 그의 코 끝을 장난스럽게 튕겼다. 뭐 어디 알아서 해보십쇼. 코 끝을 튕기고 간 손 끝에 입맞추기 위해 쫒아가던 로드니는 다비의 말에 순하게도 웃었다. 내일 이야말로, 완벽한 하루를.
   


22. 04. 03. AM 11:05
   
   런던은 4월을 맞이해 거짓말처럼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례적인 비는 뇌우를 동반했으니 로드니 애셔의 영원한 친구, 파트너, 그의 말 클라우디아의 축사가 번개를 맞았다. 그 서슬에 놀라 사유지 어딘가로 도망간 클라우디아를 찾는데 하루가 걸렸고, 빗 속을 뛰어다닌 로드니 애셔는 감기에 걸렸다. 비행기도 못 뜨도록 궂은 날씨는 귀신같이 다비가 떠나는 날 갰다. 이틀을 침대에 누워있던 로드니 애셔는 그의 연인이 만들어 준 에그노그를 마시며 조금 억울해서 몰래 코를 훌쩍였다. 서른 남짓 먹고 처음으로 감기에 걸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2. 05. 11. PM 11:20
   
   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다비 디아즈의 목소리는 무언가 숨기는 듯한 웃음기가 배어있었다. 6mm 필름이 돌아가며 오드리 햅번이 문 리버를 흥얼거리는 소리 위로 겹쳐지는 연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드니 애셔는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는 곧 숨길 것 없이 웃으며 속삭였다. 다음에 만나면 들려 줄게요. 잔꾀가 생겼다는 평가를 들으며 로드니는 웃었다.
   


22. 05. 17. PM 01:20
   
   연애를 시작한지 다섯 달, 달에 한 번 즈음 연인을 만난다고 말하면 도련님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이것이 합의하에 성사된 연애인지 의심했으나 로드니 애셔의 무궁한 행복을 마주하고 나면 전의를 상실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로드니는 어디서부터 말을 헤아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웃었고 다들 들을 것도 없어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만나면 시간이 아까워서 어쩌나. 속 썩여본 적 없는 대자의 손을 잡고 두드리는 대모에게 그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요. 그래서 그런 가봐요. 


   
22. 06. 07. PM 6:35
   
   주에 한 편씩 보기 시작한 로맨스 영화는 어느새 두 손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고 로드니 애셔는 20세기 이후의 로맨스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쌓았다. 그는 스칼렛 오하라의 굴곡진 사랑에 대해 제법 신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피츠윌리엄 다아시는 콜린 퍼스와 매튜 맥퍼딘 중 누가 더 대중적인지 논쟁을 할 수 있었다. 로드니는 다비를 만나 그들이 꽤 로맨스 코미디의 서식을 따라간다고 농담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해보곤 했다. 어떤 표정이던 키스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결론뿐이었다. 그는 새 필름을 수납하기 위해 곰인형을 옆으로 옮기다 새삼스럽게 인형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등을 열어 사탕을 확인했고, 어느새 속을 가득 채우던 것이 반쯤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닳았다. 이미 먹어버린 것이 아깝지는 않았다. 그저 자기도 모르게 아껴서 갉아먹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22. 06. 22. PM 04:30
   
   애셔 가의 막내 도련님은 구름을 밟아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처럼 보이기도,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를 오래 지켜봐 온 애셔가의 사용인들이 맹세하기를, 힉스테드 더비에 출전할 때에도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는 사람처럼 굴지 않았다. 그는 이미 런던 시내의 레스토랑 열두 군데에 전화를 했으며 타임 스퀘어 광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게릴라성 이벤트 스케줄을 알아냈다. 근 2주동안의 히드로 공항에서 접수된 크고 작은 클레임 리스트를 얻었으며 다비 디아즈가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공사 분야의 주식 시가 현황마저 보고 있었다. 이틀 전 즈음 영화 촬영진을 섭외해 촬영을 핑계로 레스토랑부터 런던아이까지 교통통제가 가능한지 알아보던 애셔 가의 반듯한 도련님은 이제 막 클라우디아의 갈기를 거꾸로 빗겨주다 말총에 맞고 온 참이었다. 그 덕분인지 다비 디아즈로부터 전화가 온지 사흘 만에 신사답게 티타임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로드니 애셔를 보며 저택의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로드니 애셔는 자신의 접시에 스콘을 덜어주는 집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스토랑이 있는 빌딩을 통째로 빌릴 수 있지 않을까요, 게이브? 그를 어린 시절부터 돌본 집사는 짧게 탄식하며 진정제를 찾아주듯 그의 도련님에게 피나탸─곰인형을 가져다 드렸다. 
   


22. 06. 23. PM 11:20
   
   내일 몇 시 비행기라고 했었죠? 아, 4시…. 선물 받고 싶은 거요? 하하. 당신만 오면 되는데…. 음, 글쎄요…. …저번에 사다준 레몬 사탕? 네. 그거. 제일 큰 걸로요. 먹어도 먹어도 차고 넘치게.
   


22. 06. 24. PM 08:10
   
   로드니 애셔는 그렇게 길들여진 여우같은 하루를 보냈다. 그는 아침 7시부터 기뻤고 9시부터 불안했으며, 정오를 넘긴 순간부터 지금까지는 심장이 멈춰 있었던 것 마냥 심장이 뛰었다. 기쁨이 머리 끝까지 차 올랐지만 동시에 뱃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마치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무대 같다고 생각했다. 당신을 만나는 순간 막이 오르는 거죠. 공연은 자고로 실수따위 존재해서는 안되는 법이었다. 특히 로드니 애셔와 같은 미숙한 배우에게는 더더욱. 비행기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 극에 달했던 긴장은 그 후 어떤 한계선을 넘은 듯 로드니를 초연하게 만들었다. 이게 정말 맞나?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떠다녔다. 연애라는 거, 이렇게 하는게 맞았던가? 현실감없이 행복하고 설레어서 귓가에 초침이 달리는 소리를 듣는 게? 생각이 많은 인간은 생각하게 두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듯, 로드니 애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문제를 해결할 것은 생각하는 대신 사랑에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그 모든 생각도 곧 다비 디아즈가 입국 게이트를 넘어오는 순간 허무할 만큼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장장 닷새 동안 애셔 가의 사용인들이 그들의 도련님과 도련님의 연인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할 수 있게 하려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들던 이상 증세는 다비가 로드니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히드로 공항의 일일 사용자 수와 자신의 유명세를 다 잊어버린 것처럼 다비에게 엉겨 붙은 로드니는 그 이후 행복한 멍게처럼 자신이 닷새 동안 준비한 코스를 따라 실려갔다. 타워 브릿지 한가운데에 갇히는 일도 없었고 레스토랑에서 보는 야경은 훌륭했으며 음식은 맛있었다. 라이브 뮤지션이 부르는 노래가 달콤하게 고막을 간지럽히는 가운데, 로드니 애셔는 준비한 그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지금 이 시간이 완벽한 데이트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혀 끝에서 녹아 내리는 레몬 셔벗은 들척지근하게 달라붙는 사탕의 맛과는 다르게 산뜻하게 사라졌고─
   


22. 06. 24. PM 08:20
   
   “...이거 왜 이럽니까?”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 같습니다.”
   


22. 06. 24. PM 08:50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인생 최대의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라고 생각해봐야 계획되지 않은 모든 것을 그르치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 해도 두번째 단추부터 밀려났다면 첫 단추는 잘 끼웠으니까, 라고 자위하기 힘든 일이다. 승강기에 갇힌 지 30분. 로드니 애셔는….
   
   “들어나봅시다. 뭘 할 생각이었어요?”
   
   목 안에서부터 달라붙는 레몬 향을 털어내듯 품에 안은 꽃다발에 코를 묻고 있다 시선을 돌렸다. 다비의 질문은 산뜻했고 로드니는 청승같이 부끄러웠다. 완벽한 데이트요. 그러고 싶었어요. 런던 아이 꼭대기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보는 거죠. 모든 로맨스의 하이라이트처럼.  준비할 시간이 있다면 못할게 뭐가 있겠어요. 나는 늘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으니까.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 이유가 될 가장 멋지고 완벽한 것이길 바라니까.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단 한번도 부족한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타인에게 조급해본 적이 없어 스스로 완벽하길 바란 적이 없었다. 차고 넘치는데 더 바라는 것은 과욕이라는 신사다운 성정과 가르침은 그의 삶을 늘 여유 있게 만들었지만, 사랑이란. 로드니 애셔는 마음의 크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이 그렇게 조급 했고, 드물게 부끄러웠으며, 혀 뿌리를 묶게 했다. 로드니 애셔는 데이트라는 단어 하나만 혀 끝에서 굴리며 섬세하게 말을 골랐다.
   
   하지만 다비 디아즈는 그런 찰나를 귀엽게 보아도 오래 기다려주는 사람은 아닌 덕분에 로드니 애셔는 물리와 감정의 단위로 그에게 기울며 상황이 흘러갔다. 다비의 손이 코 끝을 튕겼고 로드니는 마치 최면에서 풀리듯 다비에게 기울었다. 허리에 팔을 감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 행동만큼은 익숙한 도련님을 조금 성가셔 하고, 제법 귀여워하고, 상당한 애정을 누르는 건 다비, 그의 몫이었다.
   
   “뻔했겠죠. 완벽한 데이트?”
   “...네. 완벽한 데이트.”
   “이제부터 내 말 들으십쇼. 공항에서 내려서 지금까지 당신이 하자는 대로 따라왔습니다. 그렇죠?”
   “...그랬죠.”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가자는 대로 가는 겁니다.”
   


22. 06. 24. PM 09:00
   
   “난 처음부터 완벽한 데이트는 안해요. 재미없지 않습니까, 그런 거.”
   
   그리고 아주 우습게도,
   엘리베이터는 마법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드니 애셔는 다시 한 번 아무래도 당신만 있으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22. 06. 24. PM 10:25
   
   “정말 완벽한 데이트 같아요, 디디.”
   “당신 역시 연애 안해본 거 아닙니까?”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보로우 마켓의 조명 아래에서 꽃다발을 든 채 콜드 파이를 베어먹으며 행복한 멍게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22. 06. 25 PM 00:00
   
   로드니는 뒤늦게 다비에게 받은 레몬 사탕을 뜯었다. 양치를 한 직후라 레몬 맛은 그리 내키지 않았고 뱃 속을 채운 것은 이미 심장 아래쪽까지 차고 넘치고도 남았다. 그는 사탕 봉지를 뜯고 곰인형을 집어 들었다. 사탕을 안에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비우면 채우면 될 일이다. 간단한 일이었다. 로드니 머레이 애셔는 돈도, 시간도, 그 무엇도 부족할 게 없는 사람이라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가 바란다면 그 무엇보다 차고 넘치게 채울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랑 마저도.

 

      
사랑을 위해 준비할 것은, 그를 사랑할 당신. 그리고 당신을 채운 사랑.
그저 사랑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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